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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1996), 건조한 일상 VS 끝없이 치닫는 핏빛 광기

by 절대안가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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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략한 줄거리

대출금 회수의 위기에 있는 제리 런더가드(윌리엄 H. 머시)는 아내를 납치하여 부자인 장인으로부터 몸값을 받을 계획으로 파고로 가서 칼(스티브 부세미)와 게이어(피터 스토메어)와 만나 차를 한 대 주면서 몸값을 받으면 4만 불을 주기로 하고 아내 납치를 의뢰한다.

 

이들은 즉시 실행에 옮겨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여 돌아가는 길에서 경찰차에 검문을 당하고 뇌물을 주고 무마하려는데 경찰이 거절하자 게이어가 총을 쏴 죽여버린다. 죽은 경찰을 치우는데 지나가는 차안의 두 명이 목격하게 되고 게이어가 쫓아가 두 명 다 죽여버린다. 아내가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된 제리는 장인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범인이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하고 나만 상대하기를 원한다고 얘기한다.

 

한편, 경찰인 마지(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만삭의 몸으로 사건현장에 나와 살펴보고 벌어진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낸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두 명을 탐문하기 시작하고 조사 끝에 제리의 사무실까지 찾아온다. 도난당한 차가 없는지 묻는다. 납치 의뢰를 할때 칼과 게이어에게 준 차를 추적하는 것이다. 도난차량은 없다고 잡아뗀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중, 제리와 칼은 몸값을 받을 장소와 시간을 정했는데 장인이 옆에서 듣고는 100만 불이 든 돈가방을 들고 그 장소로 가서 납치범 칼과 만나 실랑이를 벌이다 칼이 총을 쏴 죽이는데 장인도 총을 쏘아 칼의 얼굴을 스치게 된다. 돈가방을 가지고 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가는데 주차장 수금직원이 피를 흘리고 있는 칼을 보게 되고 칼은 그 직원도 죽이고 달아난다. 제리는 장인도 죽었고 돈가방도 없어진 상황에서 경찰이 계속 다그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도망간다. 

 

칼은 설원의 울타리 근처에 눈을 파내고 게이어에게 줄 4만 달러를 챙기고 돈가방을 묻는다. 칼이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여 데리고 있는 장소로 가보니 여자가 죽어있다. 게이어가 시끄러워서 죽였다고 한다. 그래서 은 4만달러를 주고 집을 나오는데 돈 분배가 마음에 들지 않던 게이어가 따라 나와 도끼로 쳐 죽인다.

 

마지는 황갈색 차량을 수색하다 찾아내고 무전으로 연락한 후 총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뒤 뜰에서 게이어가 목재 분쇄기에 시체를 욱여넣는 장면을 보게 되고 소리쳐도 게이어는 듣지 못한다. 결국 게이어가 경찰이 온 것을 알게 되고 도망가는데 마지가 총을 쏴 다리에 부상을 당하여 쓰러져 체포된다. 도망간 제리는 모텔에서 경찰에 체포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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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묘미

위의 간략한 줄거리는 나름 알기 쉽고 내용을 많이 줄였다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초점 중 하나는 제리가 구상한 계획이 일파만파로 끝없이 치닫는다. 납치해서 돈받고 풀려나면 끝난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많이 가버렸다. 그래서 Far Go인가? 총 일곱 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것도 대결구도나 긴장감이나 치열함도 없이 쉽게 쉽게 죽었다. 

 

그리고 다른 측면은 등장인물들의 일상과 대화에서 볼 수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갑자기 긴박하게 전개되는데 등장인물들은 한가하다. 세명이 죽었는데 그렇게 치열하거나 긴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경찰관 마지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는 기계적이고 한가하고 별일없어 보인다.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흐름이다. 마지와 학창 시절 친구와 만나 얘기하는 장면 혹은 다음날 다른 친구와 어제 만난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그냥 일상 같기도 하고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것 같기도 하고 별 관심 없는 대화를 상투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매우 건조하고 감정을 배제한, 그리고 아무런 관심 없이 하는 대화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 놈과 대화하는데도 별로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남편을 칭찬하는 장면인데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범인에 대한 추적은 촘촘하게 진행된다. 이게 블랙코미디인가 하고 본다. 일곱 개의 살인과 이런 장면은 완전 다른 영화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런 상반된 두 개의 큰 흐름으로  이루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두 번째 묘미는 첫 장면에 '실화'라고 자막이 나온다.  첫 장면의 멘트로 인해 관객은 몰입된다. 매우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된 살인과 수사과정에서 관객들은 황당해한다. 이 것이 실화란 말인가, 정말 어이없다. 제리의 계획에서 시작되어 마무리할 때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있었던 충격적인 스토리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은 실화인줄 알고 본다. 하지만 실화가 아니다. 감독의 장난기 섞인 연출의 하나이며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 언급된다.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다. 그 덕분에 엄청나게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이것도 잘만 사용하면 효과는 만점일 것 같다. 지금도 'TRUE STORY'인 줄 아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뒤의 내용을 안 봤거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이런 내용을 한국말로 하면 '면책조항'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된다. 한국의 드라마에도 더러 나온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 지명, 기관명 등은 실제 하지 않으며....' 등 이런 말이 드라마 앞에 나온다. 픽션이라는 말이다. 혹 논란이 될까 봐 미리 언급하는 것이다. 대단한 반전이다. 

 

마지막으로 끝없는 설원의 한가운데 칼이 묻은 돈가방에 눈이 간다. 이걸 누가 발견할 것인지 궁금하다. 4만달러를 빼고 96만 달러가 눈밭에 묻혀있다. 여기에서 궁금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지는 몰라도 발견하는 순간 또 다른 <파고>나 혹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흘러갈것 같은 느낌이다. 코엔 감독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돈가방을 누군가 줍는 순간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실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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