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
입안이 서걱거리는 듯한 사막의 건조함과 시종일관 몸의 털이 곤두서는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이 작품의 원제 'No Country For Old Men'은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izantium)'의 첫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작가인 코맥 매카시가 왜 이 구절을 인용했는지 알 길은 없다. 늙은 보안관의 대사에서 짐작할 뿐이다.
영화의 전편에 펼쳐지는 사막은 황량하다. 모래가 입안에 있는 듯한 텁텁함을 느낀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 작품들이 귓전을 찢는 BGM으로 긴장을 끌어가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사막에는 바람소리만 있다. 배경음악이 나오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감각과 감정이 반감되어 극적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음악 없이 오직 음향 편집을 통해 연기와 표정, 대사와 발자국 소리만으로 긴장을 만들어 낸다. 관객은 건조함과 답답함 속에서 털이 곤두서고 땀이 맺히는 공감을 맞이한다. 킬러인 시거가 움직일 때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 영화는 2007년 코언 형제가 감독하고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시 브롤린 등이 출연한 미국의 범죄 스릴러 영화다. 코맥 매카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1980년대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를 배경으로 하여 큰 행운을 손에 넣은 어느 평범한 남자와 그를 죽이러 쫓는 킬러, 그리고 어느 늙은 보안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Focus 2
황량한 1980년 6월의 서부 텍사스. 벨(토미 리 존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이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곳에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폭력사태를 보며 슬퍼한다. 사냥꾼이 모스(조시 브롤린)는 틀어진 마약 거래로 유혈사태가 휩쓸고 간 곳을 지나게 된다. 사람과 개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물을 구걸하고 있는 부상당한 멕시코인과 200만 달러가 든 가방이 있는 현장에서 그는 돈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모스는 물 한통을 들고 그곳으로 가서 그 멕시코인에게 물을 주려 한다. 이 물 한 통으로 시작하여 암울하고 처절한 핏빛 묵시록은 막을 올린다.
킬러인 시거(하비에르 바르뎀)는 돈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보안관을 목 졸라 죽이고 탈주한다. 보안관이 발버둥 치면서 만든 바닥의 처절한 신발 자국은 선명하게 각인된다. 시거가 움직이면 시체가 늘어난다. 작은 가게에서 주인과 시거가 동전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데 선문답 같은 대화내용은 안 들리고 오로지 가게 주인이 죽을지 살지 숨죽여 본다. 영화 전편을 장악한 시거는 영화 그 자체다. 배우 한 명의 엄청난 힘이다. 영화 한 편을 봤는데 등장인물 중 한 명만 뇌리에 꽂히는 영화들이 몇 편 있는데 그런 영화 중 하나다.
Focus 3
제 80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이 영화로 받은 상들인데 이외에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제65회 골든그로브 시상식(2008) 남우조연상
제72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2007) 남우조연상
제14회 미국 배우조합상(2008) 최고의 캐스팅상, 남우조연상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2008) 남우조연상
코언 형제가 시거 역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헤어스타일, 산소통 무기, 기묘한 대화, 섬뜩한 얼굴 등 엄청난 영화상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 나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기억나는 영화는 이 영화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 이렇게 두 편이다. 역대 최강의 적으로 일컬어지며 MI6를 붕괴 위기에 빠뜨리는 미스터리한 악당 '실바'로 열연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와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과 화면과 스토리를 장악한 배우, 이 세 사람의 소름 끼치는 앙상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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