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텍사스에서 바를 운영하는 마티(댄 해다야), 그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레이(존 게츠), 그 바텐더와 불륜관계인 마티의 아내 애비(프란시스 맥도맨드) 이렇게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한가운데에 남편 마티의 의뢰를 받은 사립탐정 비써(에밋 윌시)가 있다.
마티가 의뢰한 비써가 찾아와 불륜현장의 사진을 건넨다. 분노하게 되고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다 손가락을 다치게 되어 비써를 만나 또 다른 의뢰를 한다. 며칠 뒤 비써는 찾아와 아내와 레이의 총을 맞고 죽은 사진을 보여주며 돈을 요구한다. 돈을 받고 난 뒤 비써는 마티를 애비의 총으로 쏴 죽이고 나간다. 그 직후 레이가 찾아와 죽은 마티를 보게 되고 애비의 총을 발견한다. 시체를 차에 싣고 교외의 땅을 파서 묻고 애비에게 온다.
비써는 살인 의뢰를 받았으나 죽이지 않고 사진만 죽은 것처럼 만들어 가져다준 것이다.
비써는 라이터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다가 마티의 사무실로 가보니 시체가 없어져서 금고를 망치로 쳐 열려고 하는데 애비가 들어온다. 비써는 숨어서 보고 있다. 다음 날 레이가 마티의 사무실에 가서 금고 안의 사진 - 레이와 애비가 총에 맞아 죽은 것처럼 조작된 사진 - 을 보게 되고 밖으로 나오는데 낯익은 차가 자신을 미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애비가 레이를 찾아와서 불을 켜고 이야기 중에 총성이 울리면서 레이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비써가 쫓아와 저격한 것이다. 애비는 누군가가 레이를 죽이고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알고 숨는다. 결국 애비는 비써를 자신의 총으로 쏘아 죽이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답답한 영화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간에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로 말미암아 모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레이와 애비는 서로 마티를 죽인 것으로 안다.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속 터진다. "말을 하라고, 말을!!" "마티 사무실에 가보니 죽어있고 네 총이 있더라, 네가 죽였느냐? 고 말을 하라고." 애비는 마티를 땅에 파묻었다는 말만 듣고 혼자 생각한다.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전부 자기 혼자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립탐정인 비써는 그럴 수 있다 해도 애비와 레이는 서로 간에 만나 터놓고 얘기를 해서 오해를 풀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비써도 혼자 생각에 저들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오해해서 쫓아가 저격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결국 자신이 죽는다.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면 묻힐 일을 골똘히 생각해서 죽음을 자초한다.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그럴 수 있다. 레이는 애비가 마티를 죽여놓고 아무런 말도 없고 해명도 변명도 없는 것이 섭섭하다 못해 무섭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레이는 애비가 죽인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를 덮기 위해 시체를 끌고 가서 땅에 파묻었으니까. 애비는 마티의 사무실에 간 적도 없거니와 아무런 접촉이 없으므로 그에 대한 말을 할 게 없다. 그런데 레이가 마티를 땅에 생매장을 하고 왔다는 말만 듣고 마티와 레이 간에 감정적으로 부딪혀 결국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답답해서 기억나게 만드는 영화다. 관객은 모든 것을 보기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뿐이다. 각자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본다. 당연히 답답하다. 감독이 노린 것이 이것인가 하고 생각해본다. 또한 내가 너무 멀리 간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답답하기 매한가지다.
파고(1996)가 생각난다
시체를 싣고가다 도로에서 죽은 줄 알았던 마티가 차에서 나와 기어가는 장면에서 맞은편 차량 불빛이 보인다. 급하게 마티를 끌고 차에 싣는데 이 장면은 <파고, 1996>에서 첫 살인장면과 흡사하다. 여기에서는 큰 트럭이 빠른 속도로 그냥 지나간다. 또한 마티가 비써에게 청부를 의뢰하는 장면도 노련한 척하면서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파고에서 '제리'의 납치 의뢰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파고를 먼저보고 이 영화를 뒤에 본 결과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코엔 감독이 이 첫 장편영화에서 빌려왔을 수도 있다. 파고를 먼저 본 사람은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긴장한다. 파고를 볼 때도 많은 부분이 어이없었다. 납치를 의뢰하는 첫 부분부터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이 영화 <파고, 1996>도 역시 관객은 답답하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지 말고 등장인물이 되어 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저 사람 입장에선 저럴 수 있지 않나 하고 묻는다.
'파고'에서 건조한 일상대화를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인 마지로 출연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젊은 시절을 본다. 이 배우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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