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카운턴트(2016), "당신은 좋은 아버지였는가?"

by 절대안가 2021. 11. 5.
728x90

 

 

 

죽여야 할 만큼 위험한 회계사

국제적 범죄조직의 자금세탁이나 기업의 횡령 등 비리를 회계상으로 완벽하게 처리해주는 회계사인 크리스천 울프(밴 애플렉)는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회계법인을 운영한다. 그에게 리빙 로보틱스라는 회사로부터 회계감사를 의뢰받는다. 그의 탁월한 회계 실력으로 임원 중 한 명이 돈을 빼돌린 정황을 발견한다. 그 임원이 자살을 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리빙 로보틱스 사장은 회계 감사를 그만둘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감사에 집착한다. 스스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감사 의뢰로 인해 크리스천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탁월한 회계능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죽여 입을 막으려는 상대방에게 역습을 한다. 리빙 로보틱스 사장과 그가 고용한 용병대는 크리스천의 공격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회계사가 이런 전투능력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용병인 동생을 만나게 되고 크리스천을 죽이려는 리빙 로보틱스 사장이 죽는다. 동생에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합리적인 부연설명이 많다

크리스천은 자폐아지만 천재적인 수학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 크리스천과 동생을 현역군인인 아버지가 강하게 키운다. 아버지의 교육으로 두 아들은 전투병기가 되었다. 이후 범죄조직의 회계사인 프랜시스 실버버그를 만나 그 세계의 고객들과 활동 방법을 전수받는다. 실버버그에게 배운 대로 한다. 중간중간에 여성 파트너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도 실버버그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그리고 킹 국장(J.K. 시몬스)은 자신의 후임으로 생각하는 로빈슨 수사관(신시아 아다이)과 크리스천을 추적한다. 조사하면서 킹 국장은 오래전 실버버그의 죽음에 죄책감이 있었고 그리하여 실버버그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조직을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크리스천을 만났음을 로빈슨에게 얘기한다. 지금까지 국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올린 많은 성과는 크리스천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고백을 하고 자신과 크리스천의 관계를 로빈슨이 이어받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로빈슨은 갈등하다 받아들인다. 

 

크리스천에 대해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위해 어릴 때부터 군 복무 시절, 늙은 회계사 실버버그를 만난 것, 킹 국장과의 만남 등을 중간중간에 돌아가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과정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 이 설명을 보면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된다. 왜 그리 무뚝뚝한 말투인지, 상대방에 대한 고려가 없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병기가 된 이유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영화의 스토리를 꼭 이렇게 해야만했나하는 의문은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고 했다. 킹 국장의 입을 통해서도 나온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한 인생을 전부 설명하고 있다. 한 사람이 지금 이렇게 된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설득 과정이 그냥 서술이 아닌 영화의 스토리를 이룬다. 나름 재미있는 영화다. 소위 말하는 '킬링 타임용'이다. 

 

 

반전에 대한 강박

회계사가 전투와 격투를 잘한다는 것도 반전이다. 그러려면 포스터를 회계업무를 하고 있는 장면이 더 나을 것 같다. 펜을 들고 컴퓨터와 칠판에 수식이 가득 찬 사무실에 앉아있는 장면 말이다. 자동소총을 든 벤 애플렉은 너무 직설적이다. 이 회계사를 건드리면 다친다는 영화 내용을 그대로 예상하게 한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짐작하게 하면 관객은 뻔하게 볼 것이다. 일단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궁금하면 지갑을 열게 마련이다. 하기야 이 회계사의 능력이 궁금하기도 하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대놓고 얘기하는지 보고 싶을 수도 있다. 

 

반전은 동생을 만나는 장면도 있고 크리스천의 집에서 킹 국장이 크리스천을 알게 된 사연을 메디나에게 얘기하는 장면도 있다. 집 안을 보면 단서가 될 만한 건 하나도 없는 곳이다. 이런 집은 영화에 많이 나온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더 이퀄라이저, 2015>에서도 볼 수 있다. 더 심한 영화도 많다. 아예 산에 사는 주인공도 있다. 

 

감독이 마지막에 반전을 하나 심었다. 항상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여성 파트너의 정체다. 나름 묘미가 있었다. 이 반전을 심기 위해 주인공을 자폐아로 만들었나 할 정도로 흥미롭다. 이를 위해 초반에 단서를 뿌려두었다. 관객들이 "아! 그래서 처음에..."라고 감탄하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창작자들은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는다. 각본을 쓰면서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다. 이 정도면 관객에게 어느 정도 충격을 줄까 하고 고민할 것이다. 

 

아니면 영화를 창작 작업으로 본 내가 너무 순진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 비즈니스 산업의 기계적인 매뉴얼대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요즘은 AI가 음악도 만드는 세상이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어느 정도로 치밀한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각본부터 감독, 배우까지 전부 설정한 후 반전을 포함한 모든 장면 장면을 처음부터 세팅된 상태에서 촬영할 거라고 짐작된다. 영화 만드는 공장이다. 예술가의 고뇌에 찬 창작물이 아니라 컨베어벨트에 실려 나오는 공산품이다. 이런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