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닌 줄거리
파리, 아일랜드 테러리스트인 시무스(조나단 프라이스)는 그가 원하는 가방을 손에 넣기 위해 용병인 샘(로버트 드 니로), 빈센트(장 르노), 그레고르(스텔란 스카스가드), 스펜서(숀 빈) 등을 고용하고 기어드로(나타샤 멕켈혼)라는 여성이 시무스와 용병 팀의 사이에서 조율, 지원한다. 그리 한 팀이 된 이들은 가방이 경호원의 보호하에 수송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경호차량을 파괴하고 가방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레고르가 가방을 빼돌리는 바람에 곤경에 처하게 된다.
섬세한 설정으로 완성된 스토리
간단하게 설명하면 고용된 용병 팀이 팀원의 배신으로 작전이 실패한 후 역습하여 결국 임무를 완수하는 영화다. 한 줄로 설명된다. 영화는 대부분 간단하게 설명되지만 자세한 묘사와 설정에서 묘미가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첫 장면에서 샘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접선을 조심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부터 다른 첩보영화와 다르다. 이것도 감독의 섬세한 설정이다. 뭔가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첫 장면부터 신선하게 다가와 "저 세계는 저렇게 조심해야 할 거야'"라고 동의하는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신선함이 생명이다. 그래서 창작이 힘들다. 관객의 눈높이는 한없이 올라간다.
로닌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 a man out of employment
- a jobless man
- 고대에 본적지를 떠나 타국을 유랑하던 자
- 중세 ~ 근세에 주인집을 떠나 봉록을 잃은 무사
- 직업을 잃는 것
일본어에서 나온 말이다. 한자어 '낭인'의 일본어 발음이다. 요즘 말로 하면 '프리랜서'에 가깝다. 전문적이지만 소속된 곳이 없어 그때그때 고용되어 대가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영화에 나오는 용병 팀을 보면 딱 들어맞는다.
영화는 전편에서 볼만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자리 잡게 했다. 용병들의 전문성을 굉장히 부각하고 있다. 진짜 전쟁, 전투 전문가를 묘사하고 싶어 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하고,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프로 팀 속에서 아마추어를 솎아내는 장면이 있고 테스트하는 장면도 나온다. 재미있는 장면들이다. 관객의 예상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팀원의 배신은 여기서도 나온다. 도움을 주는 외부인도 나온다. 이전의 빚이 있거나 의리로 도와주는 외부인들이다. 마셀 론데일이 나오는데 뮌헨(2005)에서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으로 정보 사업을 하는 '파파'로 나온다. 이 배우는 배역마다 뭔가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말투와 연기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장면들 중 가장 백미는 상당히 긴 차량 추격전이다. 역주행이 한참 나오는데 볼만하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파리 뒷골목의 술집이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샘과 빈센트가 만나 잠깐 얘기 나누고 헤어지면서 끝나는 장면이다. 샘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로버트 드 니로가 할아버지가 아닌 아저씨로 나와서 지금은 세월이 흘러 많이 늙었구나 하면서 봤다. 배우는 관객과 같이 늙어간다. 여담인데, 드라마를 보면서 시즌1에서 주인공과 시즌이 많이 늘어나면서 주인공이 나와 같이 늙어간다. 그러면서 정이 들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시즌 10 정도의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국의 콘텐츠 생산 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잘 만들고 시청자들의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기다리기가 힘들긴 하다.
노병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작고한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이 연출했다. 구글에서 영화를 검색해보면 만든 영화들이 정말 많다. '맨추리안 캔디데이트(1962)'가 있는데 이 작품은 2004년 조나단 드미 감독이 덴젤 워싱턴과 메릴 스트립 주연으로 리메이크했다. 원작도 봐야겠다. '알카트라즈의 버드맨(1962)'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여러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전설이 된 배우들이 많다. 로버트 드 니로는 말이 필요 없고 장 르노는 '레옹(1994)'으로 전설의 반열에 오른 배우다. 나타샤 멕켈혼은 '트루먼 쇼(1998)'에서 모든 것이 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첫사랑 실비아로 얼굴을 보였다. 그래서 트루먼이 '피지'섬으로 떠난다. 이 영화는 지금도 가끔 IPTV에서 방영한다.
소설이나 영화, 그림, 음악 등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창작물로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만나고 있다. 그 옛날 고전음악의 작곡가, 더 오래전 유명한 화가들뿐만 아니라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영화들이 그들이 죽고 나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부러운 직업이다. 개봉 후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그 당시 영화를 만들면서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을 것이다. 모든 창작물은 그렇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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